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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행] 장흥을 다녀오며
이름: 다모토리 조회수: 237 2017-07-03 09:22:24



며칠 전 남는 시간을 쪼개어 장흥을 다녀왔다. 장흥은 국민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퇴폐적이고 남루하게
변해서 이젠 그만 볼 것이 없는 곳으로 잔락해 버렸지만... 내게는 작은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 전 정식으로 직업이라는 것을 갖지 못하던 시절. 지금도 그런 생활에는 거의 변함이 없지만 그때는 하루하루가
살아내야 하는 전쟁터 같았고 자리를 보전하지 못해 쫓겨나기라도 하는 날이라면 바로 집안에 치명적인 금전적
공황상태가 예견되던 때이기도 했다.

나는 공중파 시스템의 정스럽지 못하고 시청률에 급급한 비인간적인 근무환경에 질려 그만두기로 결정하고...며칠간
집에서 띵까띵까 놀며 지냈었는데 그때 무심코 바람을 쐬러 찾아간 곳이 바로 장흥이었다.











그때 역시 평일이라 사람들이 없었는데... 5월인가 그래서 바람이 따스하고 봄 향기가 아직 푸근히 남아있을 때 였던
것 같다. 백산방향의 가파른 언덕을 실실거리며 오르고 있자니 바쁘게 지나간 세월이머리에 송송하니 들어왔다.
사는게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을 살가이 느끼며 무엇인가 깨달은 듯한 느낌. 그것은 세상을
관조하며 살자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쫓기지 않고 나름대로 버티며 즐겁게 세상을 보는 지혜로움....





나는 그게 정말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한가지 약속을 했다. 내가 만약 몇년후에 다시 이 곳을
찾을 때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마음이 넉넉해져 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쫓기고 바쁘고 정신없고 불안하고 그럴까?
아니야....더 여유롭고 차분하고 넉넉해져 있을것이야....라는 자위를 하며 길을 떠났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은 이곳에서 내 맘은 여유로워 졌지만 이곳 풍경은 그렇지 못했다. 그때의 봄바람이 실어다 준
따스한 풍경은 사라지고 퀴퀴해지고 유령같은 산 속의 먹자골목으로 변해 있었다.....









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준 대신 황페해져 버린 장흥의 계곡길...... 참으로 기괴하고 아이러니한 풍경의 연속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다시 이 곳에 올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가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낯선 추억속으로..........











촬영기종 Alpa 6c / 50mm switar F1.8 macro / 28mm p.angenieux F3.5 / Supra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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